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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뉴스룸국 사회정책부는 노동, 교육, 보건의료, 복지 등을 담당한다. 한겨레의 정체성을 잘 드러낼 수 있는 분야다. 국민의 삶과 직결된 영역이기도 하다. 한겨레는 대선을 맞아 각 정당이 내놓은 주요 정책 공약을 비판적으로 분석해보는 ‘정책 다이브’ 연재를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8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12기 열린편집위원회 열한번째 회의에서는 사회정책 분야 보도를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새마을금고 대출 이날 회의에는 제정임 시민편집인 겸 열린편집위원장(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장), 권오성 기후솔루션 미디어팀장, 김지현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손종욱 아주대 학생(전 학보사 편집장), 송지현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장지연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사무총장, 진선미 언론인권센터 이사(노무사), 한겨레 주주·독자 온라인 커뮤니티 ‘한겨레:온’의 형광석 편집위원이 참석했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다. 한겨레에서는 이종규 저널리즘책무실장, 이정훈 뉴스룸국 사회정책부장이 참석했다.

제정임 오늘은 한겨레의 사회정책 분야 보도를 한번 살펴보기로 했다.
송지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주 4.5일제 단계적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선을 맞아 주 4일제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런데 아이 신실하신 키우는 양육자 입장에선 특정 요일에 쉬는 것보다는 하루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 그래서 ‘정치하는엄마들’에서는 주 4.5일제나 주 4일제보다는 하루 노동시간을 1시간씩 단축해서 주 35시간제를 실시하는 것이 돌봄권 보장이나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더 올바른 방법이라고 보고 있다. 한겨레가 노동시간 관련 이슈를 많이 다루고 있는데, 이런 관 천안 새마을금고 점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 이번 대선 공약들을 보니 3년 전에 비해 후퇴한 것들이 너무 많다. 사회정책 분야에서는 특히 여성·가족, 기후 공약의 후퇴가 심각한 것 같다. 한겨레가 ‘정책 다이브’ 코너를 통해 후보들의 공약을 잘 조명해주고 있는데, 이번 대선 공약 평가를 넘어서 통시적인 관점에서 3년 전 공약과 비교하며 후퇴한 부분들을 짚어줬더라 정부등록금대출 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장지연 예전에는 무상급식처럼 선거 기간에 대담한 제안이 나오고 그것이 투표에 의해 결판이 나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그런 앞서가는 제안이 던져지지 않는 답답한 상황인 것 같다. 그래서 언론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한겨레가 노동 관련해서는 산업안전이라든가 노동자 범주 확대와 같은 이슈들을 ’논란’으로 다루지 않고 딱 중심을 잡고 보도해주고 있어서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에 비해 보건·복지·의료나 교육 쪽은 좀 단편적으로 다뤄지는 것 같다. 물론 이건 한겨레의 문제라기보다는 논점 자체가 드러나지 않는 선거 지형의 문제인 듯하다. 후보들은 다들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하겠다고 하는데, 도대체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가 잘 보이지 않아서 답답하다. 우리 사회에서 사회정책은 뭘 중심에 두고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합의가 잘 안 되어 있는 분야인 것 같다. 그래서 주변화되는 경향도 있다. 기획연재나 전문가 칼럼 등을 통해 관점이나 흐름을 잘 묶어서 보여줬으면 한다.
권오성 이번에도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빅카인즈’를 통해 정량적인 분석을 해봤다. 최근 1년간 전체 기사 중 사회정책 분야(의료·건강, 노동·복지, 교육, 장애인) 기사를 집계해 보니, 한겨레가 11.2%로 가장 비율이 높았다. 경향신문이 10.6%로 두번째였다. 한겨레가 타사에 비해 사회정책 분야에 힘을 싣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토픽 모델링 기법으로 사회정책 기사에서 주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분석해 보니, 한겨레는 노동 분야가 12.1%로 가장 많았다. 분석 대상 9개 언론사 중 노동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곳은 한겨레가 유일했다. 이처럼 한겨레가 사회정책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건 통계로도 확인이 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개별 기사들을 보면 눈에 확 들어오는 기사들이 많이 있는데, 앞장서서 어젠다를 끌고간 기억은 없는 것 같다. 우리 사회에 의제를 던지는 기획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김지현 노동 기사를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이주노동자 등 사각지대를 많이 조명해주고, 어떤 이슈가 발생하면 시의성 있게 자세히 다뤄줘서 도움이 됐다. 농성 현장에 가서 당사자를 직접 인터뷰한 기사들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지속적으로 보도해 관심을 환기시키는 역할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대안 제시가 부족하다는 점은 좀 아쉽다. 뭐가 문제인지는 잘 보여주는데,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보도가 부족한 것 같다. 발생 이슈를 건건이 보도하기보다는 하나의 이슈를 여러 측면에서 심층적으로 보도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선 후보들의 발언을 검증하는 ‘팩트 다이브’는 매우 유용했다.
손종욱 다른 언론사들의 팩트체크 기사를 보면 사실인지, 거짓인지 기자가 결론을 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사실 여부 판정 과정에서 기자의 주관이 개입되기도 하는 것 같다. 그렇게 되면 독자들은 편향된 결론을 그대로 받아들일 위험도 있다. 반면 한겨레 ‘팩트 다이브’는 그렇게 판정을 내리기보다는 맥락과 의미를 잘 짚어줘서 좋았다. 이번 대선 기간에 신설된 ‘정책 다이브’와 ‘팩트 다이브’가 좋은 콘텐츠라고 생각하는데, 기사뿐만 아니라 숏폼(짧은 영상)이나 카드뉴스 등으로 가공해서 활용해도 좋을 것 같다.
진선미 노동 기사를 유심히 보는 편인데, 한겨레에는 심층성 있는 기사가 많고 의제 설정 능력도 좋은 것 같다. 복지, 교육 등 다른 사회정책 분야도 정책 사각지대나 사회적인 갈등 구조를 조명하는 다양한 기사가 돋보인다.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나온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차등 적용’ 문제를 다룬 ‘팩트 다이브’ 기사를 봤는데, 감정을 빼고 독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전달해줘서 좋았다. ‘팩트 다이브’ 같은 기사를 통해서 언론사로서 진실을 보도해야 할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가지 아쉬운 점도 있다. 어떤 이슈를 제기할 때, 전문가의 제안 등을 통해 좀 더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형광석 대선 후보들의 인공지능 육성 공약을 다룬 오늘자 6면 기사의 제목이 ‘말잔치뿐인 ‘AI 100조 투자’…고용쇼크 등 대책은 빈칸’이다. 여기에서 ‘고용쇼크’는 ‘실업쇼크’로 쓰는 게 맞지 않나 싶다. 고용의 주체는 사용자인데, 사용자 입장에선 인공지능 시대가 되면 산업 예비군이 늘어나 오히려 우위에 서게 되고, 노동자는 실업의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언론은 ‘노동’보다는 ‘고용’을, ‘노동시장’보다는 ‘고용시장’이라는 말을 더 자주 쓴다. 고용이라는 말은 노동 문제를 은폐하는 용어라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고용노동부라는 이름도 노동부로 바꿔야 한다고 본다. 인공지능이 노동시장에 불러올 변화에 대한 국내외 연구 결과가 제법 나온 걸로 아는데, 그런 부분도 놓치지 않고 다뤄줬으면 좋겠다.
제정임 사회정책 분야는 많은 사람들, 특히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과 직결된 문제를 다룬다. 한겨레가 그동안 좋은 평가를 받아왔고, 이번 대선 기간에도 좋은 기사들을 많이 썼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선을 맞아 저출생이나 과도한 사교육, 불안정 노동 등 우리 사회의 난제를 놓고 당사자들이 목소리를 내고 사회적인 토론이 일어나고 그걸 바탕으로 대안이 제시되는 공론장을 제공하는 데는 미흡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건 한겨레만의 문제는 아니다. 준비 안된 대선 후보 등 정치권의 문제도 분명히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한겨레가 단 몇개라도 ‘이것만큼은 확실하게 해결해 보겠다’는 생각으로 화두를 던지고 집중력있게 의제를 끌어갔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정훈 변명을 하자면, 이번 대선은 특히 공약이 너무 부실해서 정책 이슈를 다루기가 쉽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 불안정 노동이나 저출생 등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의제를 대선 전에 미리 발굴하고 준비했어야 했는데, 그 부분을 충분히 배려하지 못한 것 같다. 대선 이후에라도 새 정부에 의제를 제시하는 기획을 잘 준비해서 내보내겠다.
정리 이종규 저널리즘책무실장 jklee@hani.co.kr

열린편집위원들의 단소리 쓴소리

열린편집위원들은 그달 주제에 대한 논의가 끝난 뒤, 한겨레의 논조와 기사 쓰는 방식, 뉴스 서비스 등 콘텐츠 운영 전반에 대해서도 독자 눈높이에서 비판과 제언을 쏟아낸다. 회의에서 나온 위원들의 목소리를 싣는다.

• 선거가 시작되고 후보들의 발언과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다 보니 이번 대선이 내란으로 인해 치러지는 선거라는 사실이 점점 희석되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한겨레가 내란 관련 후속 보도들을 지속적으로 내보내고 있는 점은 칭찬받을 만하다. 송지현 위원

• 한겨레가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진행하기로 한 ‘유권자 패널조사’는 흥미로운 시도다. 여론 지형이 어떻게 변화할지 궁금하다. 탄핵 이후 권력 공백기에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수상한 방미’ 보도 등 권력 감시의 끈을 놓지 않는 점도 좋았다. 장지연 위원

• 최근 한겨레가 인공지능 업체 퍼플렉시티와 미디어 파트너십 계약을 맺었다는 기사를 봤다. 계약 이후 제휴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독자들에게 설명을 해주면 좋을 것 같다. 손종욱 위원

• 지난달 회의에서 홈페이지 기사 분류가 잘못돼 있는 걸 발견하고 수정을 권고했는데, 아직 그대로다. 밖에서 보면 되게 무성의하게 느껴진다. 기사 분류 수정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진선미 위원

• 오늘자 신문 제목에 ‘단일화 목매는 국힘’이라는 말이 나온다. 여기에서 ’목매는’이라는 표현은 ‘매달리는’ 정도로 순화해서 쓰는 게 어떨까 싶다. 사람에 따라서 어떤 단어를 들으면 특정 상황이 연상되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 같은 이유로, ‘시쳇말’도 ‘요샛말’ 정도로 바꿔 쓰면 좋을 것 같다. 형광석 위원

• 한겨레가 이번 대선에서 여성·성평등 공약이 미흡하다는 점을 주기적으로 지적해줘서 감사드린다. 김지현 위원

• 대선 후보의 발언 등에 대해 팩트체크를 열심히 해줘서 좋았다. 권영국 후보의 공약 중에는 의미 있는 것들이 많다. 지면이 어렵다면 온라인에서라도 충분히 소개해줬으면 한다. 제정임 위원장


열린편집위원회가 뽑은 ‘이달의 좋은 기사’

열린편집위원들은 5월 한겨레가 생산한 콘텐츠 가운데 36건의 ‘좋은 기사’를 추천했다. 이 가운데 위원들이 가장 좋은 평가를 한 콘텐츠는 ‘발달장애, 위협받는 부모 건강’ 기획이었다.

1. ‘발달장애, 위협받는 부모 건강’ 기획 사회부 이지혜 정봉비 기자

한줄평: “‘바뀌지 않을 미래'와 ‘내가 없는 미래' 사이에서 번민한다는 부분에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정량적 설문조사 결과와 깊은 사연을 담은 정성적 취재가 어우러져 깊은 이해를 끌어내”

2. 원청만 배부른 조선업 호황…하청은 빚내 운영하다 폐업 몰려 사회정책부 김해정 기자

한줄평: “조선업 호황에 대한 들뜬 목소리 속에 꼭 챙겨야 할 부분을 짚어준 기사”

3. 선감학원 피해 생존자 3명 만나보니…“탈출해서도 ‘노예’ 머슴살이” 사회부 고경태 기자

한줄평: “잘 알려지지 않았던 피해자들의 삶을 조명”

4. 윤석열 검찰총장 때부터 대선 계획 짰다…노상원의 ‘YP 작전’ 사회부 정환봉 배지현 곽진산 기자

한줄평: “아직 밝혀지지 않은 내란의 기원을 추적하려는 시도”

5. 동아시아 첫 탈원전 대만을 가다 지구환경부 옥기원 기자

한줄평: “고립된 섬나라로서 탈원전을 완성한 대만을 현지 취재해 한국에 시사점 제공”